제목일과 삶의 차이2022-03-21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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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집에 들어가면 먼저 청소기를 집어 든다. 

청소기 흡입기의 종류에 맞게 청소한다. 

어느 날은 구석진 곳을 중심으로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소파나 진열대를 청소한다. 

몰아서 일로 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매일 한다. 

이렇게 습관을 들이는 데 일주일 걸렸다. 

그전에는 청소를 거의 하지 않았다. 아내가 탈진되고 이명이 오기 전까지. 

 

나는 죽음을 통과하면서 하나님을 만났다.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내 모든 것을 드리기로 결단했고 그렇게 살아왔다. 

부교역자로 생활할 때는 밥을 먹다가도 전화가 오면 일어났다. 

월요일에 아이들과 여행을 가려고 준비를 하다가도 연락이 오면 교회로 달려갔다. 

사역을 마치고 집에 올 때는 이미 지쳐있었기 때문에 집안일은 아내의 몫이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교회에서 안아 달라고 해도 사역자로 사사로이 처신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성도의 아이는 안아 주었어도 내 아이는 안아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태도로 목회를 시작했기 때문에 아내와 자녀들에게 미안함보다는 당당했고, 

현실적으로는 가정과 가족을 돌보는 일에 점점 소홀하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수원으로 와서 아내가 가정일의 도맡아 하면서도, 

아내는 부서 사역, 비서 역할, 상담과 치유 사역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1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보니 아내는 탈진되었다. 

그동안 쉼을 갖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끔 쉼을 가졌지만 충분한 쉼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다시 사역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결국 일상이 힘들 정도의 이명이 온 것이다.

그래서 가족 목장 때 아내가 했던 집안일을 가족이 나누어 맡기로 했다. 

그중에 내가 맡은 일은 청소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기, 

그리고 설거지를 맡았다. 

내가 감당할 몫으로 딱 정돈된 다음부터 작은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이 되면 피곤하다. 가끔 아내가 청소를 부탁하면 수동적이고 힘들었다. 

지금은 삶의 일부분이 되어 자연스럽다. 

청소를 한 번에 몰아서 하면 시간을 별도로 내어야 하기에 수시로 조금씩 한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는 집안일을 왜 그렇게 하는지 판단하고 비판하고 정죄했다. 

그러나 내 삶의 일부가 되고 보니 관심이 간다. 

언제라도 최상의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청소기 충전을 살핀다. 

화장실 청소는 수시로 한다. 나름 행복하다.


그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판단하고 비판하고 정죄하는 것은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사역도 관계도 나의 일이 되고 내 삶이 되면 보는 눈이 달라진다. 

판단하고 정죄하는 마음이 들 때 그 속에 들어가 당사자가 되어 보자. 

내가 해 보면 달라진다. 이것이 일과 삶의 차이다. 

김형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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