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회 평신도세미나 참석을 계기로 제 신앙을 돌아보게 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제가 섬기는 사랑하는교회는 셀교회에서 가정교회로 전환한 지 13년 정도 되었고, 현재 11개의 목장이 있습니다. 교회에는 대학교 4학년 무렵부터 출석하였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대학생인데 어느덧 올해 교회에서 만난 첫 셀 리더 언니의 나이가 되었습니다. 학창시절 저는 목회자이신 고모부와 외삼촌, 그 자녀들을 볼 때, 당시에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지만 신앙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느꼈고, 유달리 똑똑했던 한 살 위 사촌오빠의 단단한 삶의 태도를 지켜보며 하나님이 정말 계시다면 꼭 만나고 싶었습니다. 돌아보면 그것이 ‘주 안의 생명’이었고 ‘그리스도의 향기’ 였습니다. ‘가르치기 보다는 보여주고 따르게 하라’는 가정교회의 모토는 저 에게도 울림을 주어,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결혼 직후 시부모님 따라 남편 교회로 갔다가 다시 사랑하는교회에 가족이 출석하기 시작한 건 결혼 후 3년이 지난 2017년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오래 신앙생활 했던 교회의 세습 문제로, 남편은 교회를 옮긴 후에도 해소되지 않은 분노와 실망으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명의 삶을 수강하고 침례를 다시 받는 과정도 싫어했고, 원망의 화살을 하나님께 돌리기도 하였습니다. 남편은 그 때 직장과 일에 파묻혀 모든 것을 잊으려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주일 예배와 목장만은 빠지지 않았던 것이 감사라면 감사였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사실과 같은지 물었을 때, “덕분에 2년이나 빨리 승진한 것도 어필해 줄래?”라니… 하아. 정말 얄밉습니다.
작년 여름, 하루는 남편이 목장에서 그동안 느낀 여러 답답함에 대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니었는데도,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고 급기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제게 모든 공격을 퍼붓고 지적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목장 식구의 중재로 자리가 일단락되었는데, 놀라운 일은 그 다음날 벌어졌습니다. ‘이제 우리 가정은 어떻게 되려나, 과연 저 사람이 교회는 가려나’ 하며 뜬 눈으로 밤을 세우다시피 했는데, 웬걸 남편은 전날 밤 그동안 속으로 혼자 묵혔던 이야기를 다 털어낸 것이 기분이 좋아져서, 아침에 저에게 썰렁한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콧노래까지 부르며 교회 가자고 먼저 나섰습니다. 이후 남편은 눈빛이 변하더니, 올해 급기야는 지난 7년간의 권유에도 꿈쩍하지 않던 평신도 세미나에 참여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두 목사님의 도움을 받아 한번만에 신청에 성공한 세미나 장소는, 올해 햇수로 8회째 평신도세미나를 주최하는 ‘수원한길교회’였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하는 마음은, 오랫동안 헤어졌던 친척 가족을 만나러 가는 여행길처럼 즐거웠습니다. 우리를 맞아 주실 ‘소피아목장’의 목자 목녀님 부부와 먼저 연락을 나누고, 중보기도를 부탁하였습니다. 두 분은 우리 부부 또래였는데 결혼 후 줄곧 싱글 목장을 섬기다가 휴식기를 갖은 후, 작년에 다시금 헌신하여 현재는 부부 목장을 섬기고 계셨습니다. 키가 훤칠하신 목자님은 주차 안내부터, 세미나 방송 오퍼레이션, 라이드까지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며 우리를 섬겨 주셨습니다. ‘수원한길교회’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유아부터 청년층이 매우 두터운 점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주는 밝고 넘치는 에너지가 기분을 환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내인 목녀님도 그날 밤 뵈었습니다. 기독교학교의 행정팀에서 근무 중인 워킹맘이었고, 동화그림작가를 꿈꾸신다는 고백답게 아기자기하고 깨끗한 방을 내어 주셨습니다. 밤 12시가 훌쩍 넘어가도록 나눔 시간을 갖으며 평신도이자 사역자인 두 분의 경험을 들었습니다. 서로의 삶과 신앙에 많은 공통점을 발견하고는 우릴 만나게 하신 하나님의 섬세하신 계획에 감사드렸습니다.
2박3일간의 가정교회 평신도 세미나 기간, 하나님께서 저에게 가르쳐주고자 하셨던 마음은 먼저, ‘솔직함’과 ‘자유함’이었습니다. 리더로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확신을 얻은 것입니다. 저는 종종 저의 자격 없음을 사람들 앞에서 지적 받기 두려워서, 교회에서는 물론 직장에서도 나서야 할 때 뒤로 숨곤 했습니다. 팀장으로 세워졌을 때도 팀원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이 두려워서 많은 일을 혼자 떠맡곤 했습니다. 그런데 ‘소피아목장’ 목자, 목녀님은 달랐습니다. 본인들의 빈틈 덕분에 현재 목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목원들이 다음 예비 목자로 대기하고 있다며, ‘저 정도의 수준이라면 나도 목자, 목녀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주었다고 겸손하게 웃으셨습니다. 두 분의 미소가 너무 따뜻하고 편안해서 ‘이 맛을 보여 주시려고 평신도 세미나에 부르셨구나’ 생각했습니다. 저의 강박관념으로 그동안 사람들은 물론 하나님도 오해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두 번째로 교회와 목장이라는 ‘안전한 링’ 안에서 자유롭게 생각을 말하고 싶었던 남편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고등학생 시절 집안에서 처음으로 교회를 출석했고, 이후 부모님도 자연히 교회에 다니시게 되셨습니다. 또 남편이 정한 전공이나 직장, 결혼 상대에 대해서도 시부모님은 두 말없이 승낙하셨습니다. 이런 삶의 과정은 남편의 주관과 추진력을 보여줍니다. 처음 만난 목자님께서 그런 그의 장점을 먼저 알아보시고, “민석 형제님은 마음 속에 열정이 정말 크신 것 같습니다. 본인이 생각하시는 모습의 목장을 언젠가 꼭 이루시길 바라요.” 하신 건, 아마도 남편의 과거와 현재를 잘 아시는 성령 하나님의 음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난 여름, 목장 안에서 불만을 맘껏 토해내고 난 이후 태도가 바뀐 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가 어느덧 목장을 ‘안전한 링’이라고 느꼈기에 신앙의 불만조차 목장 안에서 터트린 걸, 저는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공격으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이제부터 그가 추구하는 허물없음에 저도 최대한 적응해 보겠다고 다짐하지만, 음, 앞으로 얼마나 거침없는 나눔을 듣게 될지 아무래도 기도가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목자 되면 꼭 자기 같은 목원 만나라고 빌어야 겠습니다.
저는 꿈꾸던 신앙의 가정을 이뤘지만 남편을 이해하지 못할 때는 참 외로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군가를 제 힘으로 변화시키려 조급하게 애쓰기 보다는, 저에게 하루하루 부어 주시는 하나님 은혜에 기대어 살아가고 싶습니다. 또 그런 마음으로 교회 안에서도 다른 분들을 섬기는 진짜 리더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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