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목회칼럼]반성문 22017-08-1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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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2

김형수

  요즘 왼쪽 어깨 회전근개열 파열로 치료 중이다. 병원에 다닌 지 5일쯤 되었을 때 진료하던 의사가 대뜸 수술해야겠다는 말에 엄청 놀랬다. 수술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하다 해서 시작했는데… 당황한 나에게 10여 분 동안 어깨 모형을 놓고 설명을 했다. 힘줄의 역할, 어떤 결과가 올지, 통상적인 처방은 수술인데 그것은 결국 지금 하고 있는 재활치료를 위한 것이지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다는 것, 이 병원에서 처방한 재활 프로그램이 공인된 방법이라는 것…그런데 사람들이 병원에 올 때 주사 한 방에 나을 것을 기대하고 왔다가 효과가 없다고 이 병원 저 병원 전전긍긍 하다가 ‘용’하다는 병원으로 몰려간다는 것이다. 그건 100%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 임시처방으로 몸을 망치고 결국 병원의 영리 목적에 맞는 수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어 점점 빠져들게 했다. 그런데 이건 내가 목회현장에서 수없이 했던 말이다. 어그러진 삶을 개선하기 위한 영적인 처방을 주면 한 두 번 해보고 효과가 없다고 그만둔다. 마치 습자지 한 장 쌓는 것과 같다. 하나 안 하나 같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 장이 열 장 되고 백 장이 되면 그때는 벽돌처럼 단단해진다.


  재활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처음에 이런 식으로 설명해주었더라면 성실하게 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그 말이 끝나자 예를 하나 들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세무서에 도움으로 받을 때 세무 법을 다 설명하고 알려주지 않는다. 환자가 많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중요한 것만 이야기하고 이렇게 여유가 있을 때 설명도 하는 거다. 이것도 목회현장에서 했던 말이다. 신앙을 다 이해할 수 없다. 납득이 안 되지만 신뢰하는 마음으로 순종해야 할 때가 있다. 목회 현장에서 가졌던 아쉬움을 의사 앞에서 나도 그 짓을 한 것이다. 처방대로 하지 않아도 별반 차이가 없어요, 심각하게 강조하지 않는 것 같아서 내 소견에 옳은 대로 하여 병을 키운 것이다. 이번 일로 성도의 입장을 체험했다. 당장 효과가 없으니까, 신뢰하지 않으니까 처방을 따르지 않는 것을, 그리고 더 많은 대가를 지급하며 후회하게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