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목회칼럼]이제는 우리가2017-07-03 11:37
작성자

이제는 우리가

김형수 목사

 

  독일 하이델베르그 광장에 성령교회를 마주 보고 있는 건너편을 보면 포목상으로 큰 돈을 벌어 갑부가 된 위그노 출신인 '샤를 벨리에(Charles Belier, 1555-1618)'가 1592년에 지은 집이 있다. 현재 이 건물은 춤 리터 게오르크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

  이 건물이 순례자들의 시선을 끄는 이유는 중세에 지어진 건축물이라서가 아니라 건축주의 정신 때문이다. 그는 심혈을 기울여 건축하면서 건물 전면에 황금색으로 다음과 같은 글귀를 새겨 넣었다.

  가장 높은 꼭대기 층에는 "오직 하나님께 영광" 중간에는 "아름다움은 다함 없이 영원하라" 아래 단에는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다(시 127:1)"는 말씀을 새겨넣었다. 그는 많은 부를 얻었을 뿐 아니라 후에는 하이델베르크 시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개신교 신자로서 부와 권세를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 물질에 매인 적이 없고 권세에 교만해지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물질만 아니라 생명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늘 고백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 정신이 녹아 있는 이 건축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으로 모든 건물이 파괴 되었지만, 광장의 이 건물만 고스란히 남아 지금도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똑같은 위그노였지만 하나님께서는 '빨리시'를 통해서는 부와 명예를 포기케 함으로 신자 됨의 영광을 보여 주었다면 '샤를 벨리에'를 통해서는 부와 명예를 통하여 신자 됨의 영광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 달구어진 광장의 열기가 너무나 뜨거웠지만, 한동안 그 자리를 뜨지 못하였다.


  그리고 주일이 되어 그 호텔 건너편에 있는 성령교회 주일예배에 출석하였다. 1386년에 세월 진 교회로 문화유적으로 등재된 교회당인데 깜짝 놀랐다. 주일예배에 참석한 성도가 34명인 우리 일행과 비슷했다. 좀 더 정확하게 비교하면 우리가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유럽의 교회가 시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장엄하기 그지없는 예배당에 너무나 작은 소수의 사람이 그것도 노인들만 모여 드려지는 예배를 보면서 또 한 번 놀라게 되었다. 죽음으로 지켜낸 신앙의 유산이 이제는 식고 굳어져 후예들에게 신앙이 아닌 관광 상품으로 물려지고 있는 것 같아 예배가 끝난 다음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였다. 무엇인지 정돈되지 않는 것으로 마음이 혼란 스러웠다. 교회는 죽었는가? 하나님은 무기력하신 것인가? 아니다. 하나님은 승리를 통해서도 영광을 받으시고 실패를 통해서도 영광을 받으신다. 초대교회부터 수없이 많은 인간의 죄악과 허물이 있었지만, 복음은 지구의 서쪽으로 서쪽으로 서진하여 아시아로 한국 땅에까지 왔다. 이제 우리가 있지 않은가? 한국교회가 있고 한길교회가 이 마지막 시대의 하나님의 신실한 제자로 '빨리 시'처럼 '샤를 벨리에'처럼 사용하시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