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목회칼럼]버려야 얻는 보배2017-06-2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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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얻는 보배

김형수

  파리 센 강 왼쪽에 개혁교회인 생 제르망 데 프레 교회의 남쪽 정원에 위그 노 도예가 베르나르 빨리시 (Bernard Palissy 1510-1590) 동상이 서 있다. 파리에서 칼빈의 생가를 비롯하여 기독교 유적지를 많이 다녔다. 심지어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의 많은 작품을 보았지만 결국 파리를 떠나 스위스로 이동하는 내내 마음에 떠나지 않는 것은 뱀과 조개껍데기 장식 접시를 들고 땅바닥을 응시하는 베르나르 빨리시 동상 이었다. 칼빈이나 루터같은 신학자도 아닌 도예가가 어떻게 동상으로 만들어져 교회 정원에서 신앙의 후예들을 만나고 있을까?

  빨리시는 유리세공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며 중국 도자기 같은 자기를 만들고 싶었다.
가마에서 유약이 용해되지 않자 그는 온갖 것을 다 집어넣어 태웠는데 나중에는 세간까지 태워 아내를 화나게 하는 그 열정을 막을 사람이 없었다. 결국, 그는 자신이 원하는 도자기 색감을 구현하기 시작하면서, 살이 무른 생물을 세밀한 부분까지 떠내려면 대단한 인내와 기술이 필요했을, 가장 정교할 뿐 아니라 표현하기 힘들다는 파충류나 개구리 물고기 같은 작품으로 명성을 쌓아갔다. 아직 빨리시가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 이 정교한 작업을 했는지 미스터리이 다. 그는 마침내 프랑스 귀족과 궁전 도자기를 공급하게 되었다.

  그러던 그는 1546년에 위그노로 회심하였다. 여기서 위그노란 프랑스의 프로테스탄트 칼뱅파 교도에 대한 호칭이다. 즉 구교에서 신교로 개종을 한 것이다. 이는 곧 정치적 탄압과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빨리시의 재능과 명성을 아끼던 앙리 4세 왕가에서는 그의 재능을 아깝게 여겨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다시 구교로 개종을 하면 도예가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할 것을 제안 받는다. 기독교 신앙만 포기하면 예술가로서의 명성과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순간이 다. 어떻게 보면 다들 열심히 사는 이유가 다 이런 것일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잘되는 길이 있다면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러나 그는 왕가의 제안을 거부하였다. 예술가로서의 명성과 개혁교회의 신앙… 이 둘을 다 가질 수는 없었다. 그는 위그노 신앙을 지키다가 바스티유 감옥에서 굶어 죽었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듣는 순간 오면서 작품을 들고 땅바닥을 응시하고 있는 빨리시의 모습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그것을 지키기 위해 포기할 수 있는지 물어 오는 것 같아 온몸에 전율이 왔다. 결국, 값비싼 진주를 얻기 위해 그는 자기 예술, 명성, 부를 포기한 것이다. 교회의 정원에 서있는 그를 보면서 한길교회에 이런 제자들이 각 영역에서 세워지는 꿈을 꾸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