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목회칼럼]13년의 소회2017-09-0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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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의 소회

김형수 목사

  제가 한길교회 담임을 부임한 날이 2004년 8월 31일입니다. 그러니까 지난 9월 1일이 14년째 사역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잊고 있던 추억의 조각들이 떠올랐습니다. 이 교회에서 세례받은 평신도였던 제가 교회를 떠난 지 8년 만에 담임이 되어 돌아 왔을 때 서로 낯설었습니다. 전폭적인 지지로 흔쾌히 맞아 주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심정적으로는 집사였던 저를 영적 지도자로 받아드리는데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저 역시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목회적 전통을 깨고 연어가 바다 건너 강을 거슬러 고향에 돌아오듯 어떤 이해관계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돌아왔지만, 막상 현실은 녹녹치 않았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목회 현실에서 붙잡은 것은 교회 성장도 아니고 교회 중심의 종교인을 만드는 것이 아닌, 성도 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 일은 가치관을 바꾸는 일이라 내 익숙함 거스르는 저항을 불러오는 도전이었고, 또한 단시간에 되지 않는 오랜 세월이 걸리는 일이었습니다. 이것이 목장의 모습이고 종합병원과 같은 교회의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한길가족 모두가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 곁눈질하지 않고 저를 영적 지도자로 인정하고 여기까지 따라와 준 것이 너무나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각자 뾰족한 것을 서로 갈아 줄 때는 아프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지난 13년의 세월 속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평안해졌고, 주안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난 13년 동안 교회의 존재 목적이 영혼구원 하여 제자 삼는 것이라는 말은 했지만 실은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영혼구원을 달리 말하면 “너도 나처럼 살아! 행복하니까” 이것이기에 내가 먼저 예수 믿는 행복과 보람을 누리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밖을 향하여 손을 내밀어도 손색이 없는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여기서도 나에게 집중하고 우리끼리에 집중하면 이제는 물이 고여 썩듯이 퇴색하게될 것입니다. 이제는 신자에서 제자로 영혼구원하여 제자 만드는 본질에 더욱 집중하는 한길교회를 꿈꾸며 아내와 함께 13년의 사역을 자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