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목회칼럼]반성문2017-08-06 04:14
작성자

반성문

김형수 목사


  오늘 부대 홈피에서 분대별로 찍은 사진을 보았다. 당당한 어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행복했다. 남자의 변신은 무죄이니까! 아들아, 요즘 아빠는 너에게 반성문을 쓰고 있다. 홈스쿨 할 때 잠언 공부를 마치면 닌텐도 게임기를 사주기로 약속했었지, 그때 아빠의 마음은 네가 정말 잠언 말씀을 제대로 공부하고 나면 게임기 따위는 사달라는 욕구가 사라지리라 생각했다. 너는 게임기를 손에 쥘 그 날을 기대하며 아빠가 가르치는 대로 열심히 성경공부를 따라왔고 아빠는 네가 말씀 훈련을 정말 잘 받는 것이 대견해 기뻤단다. 마침 그날이 왔던 날, 너도 실망했고 아빠도 실망했다. 너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아빠의 강퍅함에 질렸고, 아빠는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가르친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아 실망했다.

  그런데 그때 나이가 네 나이 초등학교 4학년! 돌이켜 보면 아빠도 이루기 힘든 목표를 너에게 부여하고 네 감정을 제대로 읽어주지 못하고 아빠의 경직된 시각으로 널대했던 것이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속이 쓰리고 후회가 많이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네가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게임기를 사들이고, 대형 TV 화면을 구입할 때 아빠는 엄청 감사했단다. 비록 아빠가 사 준 것은 아니지만…, 네가 집에서 큰 화면 앞에서 엄청 자랑스럽게 게임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빠는 네가 그때 그 시절에 눌렸던 네 감정을 네 스스로 풀어내는 ‘의식’으로 보여서 엄청 감사했단다. 네가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널 지켜보곤 했었단다. 그리고 너에게 알려 달라고 부탁하며 게임기를 몇 번 잡아보았던 것도 너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었단다. 아빠도 아빠 면허를 따지 않고 널 양육하면서 일어난 미숙함인데 너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을 것 같아 미안하다. 아빠가 네 마음을 읽어 주지 못하고 아빠의 기준으로 단호하게 했던 것이 생각날 때마다 마음이 아리고 아프다. 아마 이것이 네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미안하다. 너에게 진심으로이 반성문을 보낸다. 그리고 고맙다. 이렇게 반성문을 쓸 기회를 주어서!  너는 아빠보다 더 잘할 것이다.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