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목회칼럼]요즘 저희 가정은 이렇습니다2017-08-06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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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희 가정은 이렇습니다

김형수 목사



  유럽 여행에서 돌아오고 사흘째 되는 날, 둘째 승찬이가 논산 훈련소에 입소했습니다.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를 뚫고 논산에 데려다주고 돌아와 이곳저곳 빈방을 열었다 닫았다 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가정에도 빈 둥지가 되었습니다. 두 아이를 데리고 홈스쿨 할 때 힘들 때마다 10년만 참으면 독립하여 날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견디었던 때가 있었는데 바로 그날이 눈앞에 현실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첫째 세향이는 뉴질랜드에서 선교와 영어 훈련을 받고 있는데 마치면 호주로 옮겨 아르바이트를 6개월하고 돌아올 계획입니다. 

  빈 둥지가 되어 찾아온 작은 변화가 있습니다. 빈 둥지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맞게 몇 가지 조율하였습니다. 먼저 간편식으로 아침 식사를 함께 합니다. 전에는 새벽기도 후에 집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렇게 하는 이유는 늘 함께 사역해 왔기 때문에 말하지 않고도 별반 문제가 없어,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화를 위해 커피 향도 풍기고, 일이 아닌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만큼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실감합니다. 밤늦게 사역 후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부담되어 10시에 취침하기로 했습니다.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기도의 자리에 나가는 것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을 경험합니다.


 세월 속에 자녀들은 성장하고 자기만의 세계가 만들어져 둥지 곁은 맴돌던 새가 어느날 훌쩍 날아가듯 떠나버리면 빈 둥지만큼이나 공허합니다. 자녀들이 성장하고 단단해진 만큼 부모는 체력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저녁노을에 기울어지는 해처럼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때가 오히려 인생을 완숙하게 만들어갈 기회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든 사람이 있어야 살맛이 난다는데 연륜에 묻어난 여유를 갖고 서로에게 집중할 기회일 수 있습니다. 자녀로 인하여 분산되었던 에너지를 집중할 기회이고, 수많은 세월 동안 쌓아 올린 내공이 있으니 사소한 것으로 얼마든지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은 빈 둥지 부부만이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축복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