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목회칼럼]길 위에서 길을 묻다2017-07-0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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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묻다

김형수 목사

 

  한길을 하나님 손에 맡기고 처음으로 먼 길을 떠나왔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맡기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을 길을 허허롭게 나가는 순례자로 길 위에 올라선 것은 처음입니다. 종교개 혁자들이 걸어갔던 길을 따라 프랑스, 스위스, 독일, 체코로 이어지는 긴 여정을 지난 23 일 마쳤습니다. 이번 여행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오늘의 한국교회를 성찰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덧붙여 김목사가 회심 후 목회를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난 목회 여정을 되돌아보기 위해 멀리 떠나 왔습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지 탐방은 깔뱅으로 시작하여 후스가 걸었던 그 길을 체코에서 마무리했습니다. 아침 6시부터 일과를 시작 하여 밤 10시까지 강행군했습니다. 이동할 때는 차 안에서 강의를 듣고 내려서는 종교개 혁자들이 걸어간 길을 뒤따라 걸었습니다. 교황의 교시가 하나님 위에 군림하고 성상, 성물이 말씀보다 신성시되던 시대에 죽음으로 맞서며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 오직 은혜(Sola Gratia)로만, 오직 믿음(Sola Fide)으로만” 이 구호가 신학교 교실에서 배웠던 구호가 아닌 뒤 따라 걸어갈 목사로서 생명을 걸고 붙잡아야 할 푯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신학교에서 만난 친구 부부와 함께 자동차를 빌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애써 한길교회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제 인생의 전부가 되어버린 여러분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함께함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모든 짐을 맡기고 저희 부부만 여행을 떠나온 미안한 마음 대신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교회를 비우지만, 전정일 목사님 도움 아래 30명의 든든한 목자 목녀들이 목장을 이끌고, 중보기도실에서 기도의 향을 피우는 하나님의 사람들 때문에 지난 세월 굳어진 껍데기와 무거운 짐을 내려 놓고 길이신 주님 따라 허허롭게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장거리 운전을 하고 처음 보는 낯선 길을 걸으며 갑자기 왜 눈물이 흐르는지, 이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지 않고 그저 가고 또 가고 있습니다. 체코를 지나 슬로베니아를 거쳐 지금은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어제는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공원을 걸었습니다. 영화 아바타를 촬영한 곳이라고 합니다. 숙소인 자그레브에서 2시간 남짓한 거리인데, 약 19.5 헥타에 해당하는 면적의 숲으로 이루어진 이 국립공원은 곳곳에 16개의 청록색 호수가 크고 작은 폭포로 연결된 아름다운 휴양지입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약 18km 길이의 인도교는 개울 위를 지나기도 하고, 개울이 인도교 위를 지나 얕게 흐르 기도 하여 매우 상쾌한 트레킹코스입니다. 청록색의 호수에는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유영하고 굽이를 돌아갈 때마다 예상을 뒤엎는 비경이 끊임이 저희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때로는 힘있게 때로는 터덕이며 걸었습니다. 도중에 먹구름이 끼고 소나기를 만났습니다. 천둥과 번개가 내려치니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이 얼굴을 적셨습니다. 다시 비가 걷히고 암흑 속 같았던 숲속에 해가 비취자 새들의 지저 귐이 다시 시작되었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그렇게 이 길을 따라 다섯시간을 걸으며 주님 은혜 안에 머물렀습니다. 오늘 아침이 밝으면 다음 일정을 위해 베니스로 갈 겁니다. 더 많이 비우고 더 많이 채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