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목회칼럼]비움과 채움2017-06-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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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채움 

김형수

  농사를 모르는 사람은 논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면 벼가 잘 자랄 줄 압니다. 하지만 논에 물이 항상 차 있으면 벼가 부실해서 하찮은 태풍에도 잘 넘어집니다. 가끔은 물을 빼고 논을 비워야 벼가 튼튼해집니다. 우리도 때로는 삶의 그릇에 물을 채워야 할 때가 있고 때로는 물을 비워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미 중보기도 제목에 올린 것처럼 6월 12일~ 7월 6일까지 김 목사 부부가 동유럽 여행을 떠납니다. 12일~ 24일까지는 합신 총장님을 강사로 모시고 종교 개혁 자들의 흔적을 찾아갑니다. 위클리프, 쟝깔뱅, 테오도르 베자, 츠빙글리, 불링거, 루터, 멜란히톤, 얀 후스… 그들이 남긴 체취를 따라가며 암흑시대에 태어나 종교개혁의 등불을 밝혔던 치열했던 그들의 삶을 느껴보려 합니다. 조금은 두렵기도 하지만…

  그리고 25일부터 12일간은 친구 부부와 자동차를 빌려 거점 도시를 정하고 발길 닿는 대로 여행을 할 계획입니다. 지난 세월 목회 여정에 쌓여 있는 것들을 비워 내고 털어내려 합니다. 그리고 종교개혁의 정신 위에 한길교회가 가야 할 향후 10년 20년의 큰 그림을 그리는 아주 느린 여행을 하려 합니다.

  지난 몇 년간 호주와 뉴질랜드 사역을 다녔지만, 여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공항까지 따라올 정도로 너무나 절실한 그곳의 필요를 채우기 위함이었고 한편으로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성도님들이 눈에 밟혔기 때문입니다. 명분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제가 이번에는 명분을 찾지 않고 쉼을 가지려 합니다. 어느덧 사역 속에서 비워야 하는 상황에 온 것 같습니다. 447차 평세를 통해 주신 은혜의 불씨를 살려내려면 제가 먼저 신선해져야 함을 절감합니다. 제가 없는 빈자리는 샌프 란시스코 전정일 목사님이 오시어 채워주실 겁니다. 저와 아내가 비움을 통해 지금 이곳에서 필요한 종교개혁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기도 부탁 드립니다. 제가 홀가분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