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목회칼럼]지금 이곳에서2017-04-06 00:31
작성자

 아직 좀 이르긴 하지만 양지바른 곳에서는 여린 새싹이 자태를 들어내고 있습니다. 잠자던 나뭇가지에 물기가 오르고 대지에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이맘때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종양이 7개월 만에 재발한 겁니다. 재발된 종양으로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된 저에게 잠자던 대지가 파릇파릇하게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 그 모습이, 전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종양을 치료할 수 있을까? 언제 완치가 가능할까? “다 나았습니다! 라는 완치 판정을 받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찾았습니다. 일상과 모든 생각이 오직 병을 고치는 것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보니 “나”라는 존재는 “환자”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일상을 단속했습니다. 환자가 놀러가서 무엇을 하겠으며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모를 환자가 계획을 세우고 여유를 즐기고 사람들과 교제하는 것이 의미 없는 것처럼 생각되었습니다. 병 고침 받는 것이 목적이 되다보니 완치가 되기 전에는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즐거울 일이 없고 행복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오직 환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루하루였습니다. 


  그렇게 수십 개월 동안 기도하다가 문득 이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병이 고쳐지면 삶이 어떻게 달라질 건데?” “병을 고치지 위해 매달리며 달려온 이 시간은 뭔데…”, 모든 인생은 다 시한부가 아닌가! 그러면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목표를 세워놓고 그 목표가 이뤄지기까지는 아무것도 못 할 사람처럼 살지 말고 오늘 하루를 살아내자! 그러면서 목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고 일상을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 이 땅에서 눈 뜬것이 어제의 누군가에게는 그렇게도 응답받고 싶었던 미래였을 터… 감사하고 기뻐하고 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부터 더 이상 시한부처럼 살지 않고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구입하였습니다. 목표가 너무 커서, 너무 어려워 먼 미래에 올 것 같은 목표에 눌리지 말고 지금 여기에서 오늘을 살아냅시다. 김 목사.